아이폰7을 가지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반성
딸에게는 나이에 비해 제법 많은 돈이 들어 있는 은행통장이 있다.
명절에 받은 용돈이나 수시로 생기는 돈을 본인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모은 것이다.
최근에 아이폰7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허락을 받았으며, 본인이 저금한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니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만약 꼭 사야한다면 엄마의 허락을 받았다는 메모나, 전화통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딸은 반박을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핵심적인 2가지에서 나에게 잘못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이 통장은 딸의 것이고 본인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즉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엄마의 허락이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한 것은 딸의 주장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폰을 사면 1년도 안되서 액정을 깨트리는 일이 빈번한 생활습관과 5학년이 쓰기에 적지 않은 30여만원에 달하는 금액은 분명 누군가의 지도와 조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저축액은 사용 당시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딸에게 아이폰7은 가장 필요한 물건이다.
그나마도 신상이나 새 제품이 아니고 중고중에서 나름 최저가를 찾는 노력도 보였다.
이정도면 아이폰7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언을 넘어서 간섭까지 한 것은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내가 조심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잘못된점이라고 보는 것은 엄마가 허락했다고 말했는데도 객관적인 물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건 상대방의 말을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밖에 할 수없다.
감정적으로 가장 상처를 주었을 부분이고 내가 반성해야할 부분이다.